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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the others)

어쩌면 스무 번

by happybirus 2021. 4. 24.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03월 17일 출간

 

<책소개>

 

우리를 둘러싼 일상을 고밀도로 압축해 보여줌으로써 표면화되지 않은 삶의 뒷모습을 감각하게

하는 작가 편혜영의 여섯번째 소설집 「어쩌면 스무 번」이 출간되었다.

소설집 출간을 앞두고 이루어진 손보미 작가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잡지에 발표된 소설이 책에

그대로 실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듯, 편혜영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쓰인 단편들 가운데

성격이 유사한 여덟 편을 골라 묶은 뒤 작품을 거듭 숙고해 퇴고했다.

그렇게 치열하고 꼼꼼한 수정을 거쳐 묶인 이번 소설집은 간결한 문장으로 만들어낸 서스펜스가 여

전히 선명한 가운데 그와 분리되지 않는 삶의 애틋함을 그동안의 작품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와 관계를 새로이 돌아보게 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예외적인 시간을 경험하게

하는, 등단 22년 차에 접어든 편혜영 세계의 한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책 속으로>

 

아내나 나나 질문이 많은 사람보다 말이 많은 사람이 낫다고 여겼다. 대답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게 되지만 듣고만 있으면 그럴 일이 없었다. 가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충분했다.

- p 10~11쪽

 

한번 내지르면 다음에는 수월한 법이다. 악을 쓸수록 세상이 고요하고 온순해지므로 참을 도리가 없다.

비명이 터지기 직전의 기분을 잘 알았다. 가슴에 긴 끈이 걸린 기분, 조금만 캑캑거리면 끈을 쑥 빼낼 수

있을 듯한 기분. 일단 소리가 터지면 괜찮아졌다. 끈이 빠져나오니까. 그런 일이 반복되면 비명을 지르는

건 신발끈을 푸는 일만큼이나 간단해진다.

- p 22쪽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들뜨지 않는 것처럼 자신이 오래전에 죽었을지 모른다고 별 감흥이 없었다.

- p 51쪽

 

"사진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남아 있잖아요. 나를 때린 사람도 있고 내가 잘못한 사람도 있구요. 심지어

죽은 사람도 있어서 기분이 이상해져요."

- p 83쪽

 

술은 미조가 온종일 잠을 자든 소리 죽여 울든 내버려두었다. 오히려 잠을 자도록 도왔고 마음껏 울도록 

도와주었다. 미조에게 그렇게 해주는 건 술이 유일했다. 무엇보다 술을 마시면 느긋하고 애틋하게 지난

일을 떠올릴 수 있었다.

- p 121쪽

 

어쩌면 스무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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