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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Poem)&에세이(Essay)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by happybirus 2021. 5. 14.

<책소개>

 

다시 회사로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을까?

퇴사하고 세계여행, 그 후의 이야기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부부가 동시에 퇴사하고 오백일의 세계여행을 다녀온 그 후의 이야기이다.

느슨한 어른으로 커가는 게 불안했던, 지금 하는 일이 10년 후 아무 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아 두려웠던, 치열하게 살아도 젊음을 낭비하는 것만 같았던 부부.

그들이 퇴사와 여행을 결심하게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여행으로 인해 달라진 삶의 이야기, 여행 후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도 어떻게 삶을 꾸려나가는지 등을 솔직하게 풀어놓음으로써 직장생활과 퇴사 사이에서 불안해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고민을 진솔하게 다루고 있다.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다녀온 후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삶을 꾸려가는 네 부부의 인터뷰도 함께 담아 퇴사 후의 삶을 궁금해 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했다.

 

<책 속으로>

 

세계여행은 노후가 보장될 만큼 돈을 충분히 벌어 놔야 가는 줄 알았다.

다녀오면 빈털터리가 되어 다시 일도 못하고 돈도 없는 막막한 백수가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직접 부딪혀보니 큰일 아니었다. 막연히 상상하며 키워온 불안의 고리가 많이 헐거워졌다.

이런 회사 없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하지만, 그러나, 그렇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떠나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저녁이 있는 삶도 충분하지 않았다.

자영업을 하시는 부모님은 따박따박 월급 받는 직장인이 최고라며 날더러 배가 불렀다 했지만, 헐렁한 일과를 보내며 느슨한 어른으로 커가는 게 불안했다.

각자 정신없이 일과를 보내고 돌아와 자려고 누워서야 남편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어느 밤. 회사에 하루를 다 바쳐도 부자가 되진 못할 것 같으니 시간이라도 마음껏 쓰자고 작당모의를 했다.

지금이 아니면 바꿀 수 있는 시간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으니.

내 의지대로 되는 게 없는 회사를 다니는 게 더 불안했다.

조직에 속하면 능동보다는 수동에 가깝다.

입사할 때부터 결원이 있는 팀으로 가지, 내가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상사를 선택할 수도 없다. 인사이동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가슴 졸여야 했고 혹여 원하지 않는 곳으로 이동될까 노심초사했다.

성장이 멈췄다고 생각될 때, 회사 일만 하다 이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어른이’로 나이 들어가는 게 당장 월급이 끊기는 것보다 더 불안정하게 느껴졌다.

어느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재밌고 덜 불안한 새로운 삶을 모색하기 위해 떠나면서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걱정을 하는 건 모순이었다. 질문의 오류를 깨닫자 홀가분해졌다. ‘회사원’이라는 자아를 과감히 내려놓자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누구도 주지 않던 안식년을 직접 만들어 세계여행을 떠났다.

퇴사하고 뭘 해야 할지 자신이 없다면 지금 자리에서 버티는 게 낫다.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자신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나왔을 때 덜 불안하다.

우물 안에서 사는 개구리처럼 바닥까지 치고 내려간 자신감을 되찾고 퇴사를 마음을 먹는 데만 2년이 넘게 걸렸다. 지금 있는 우물을 나와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쌀로 남아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사실은 내가 몸소 겪어봐야만 알 수 있다.

퇴사 전과 후 바뀐 게 있다면 시간에 대한 소유다.

나는 더 이상 내 시간을 팔아 돈을 벌지 않는다.

덕분에 경제적 수입은 0에 수렴하게 되었지만, 나는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

회사를 나와서야 어떤 환경이 나를 춤추게 하는지 알게 되었다.

싫은 건 적게, 좋은 건 자주 하다보면 결국 가장 자기다운 일을 하게 된다고 믿는다.

좋아하는 일들 중 하나쯤은 언젠가 잘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아직 삼십하고 세 살밖에 더 살지 않았지만, 나는 어린 내 나이가 좋다.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나이를 가벼이 여긴 덕에 직업을 휙휙 바꿨고,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쉽게도 삶의 터전을 옮겼다.

나는 여든 살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고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시간에는 백지장 한 장도 움직일 수 없다.

무엇이든 해야 그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며 회사에서 받던 월급만큼 벌고 싶다면 씨앗을 뿌려야 한다.

이것이 여행하며 만난 돈을 버는 한량들처럼 여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비책이었다.

막상 백수생활을 해보니 집세와 식비를 제외하고 월 백만 원이면 충분하다.

아이나 반려동물이 없는 2인 가구는 가끔 밖에서 남이 차려준 맛있는 밥도 먹으며 여유롭게 살 수 있다.

대체 가능한 소비를 줄이니 이마저도 충분하다.

이를테면 카페에서 5천 원짜리 커피를 시키는 대신 집에서 5백 원짜리 캡슐로 커피를 내려 마시거나 2만 원짜리 파스타를 사먹는 대신 식재료 2천 원 가량으로 요리를 하는 것.

한국에는 맛있는 식재료가 너무도 많다.

게다가 내로라하는 IT강국인지라 와이파이는 거의 공기처럼 쓸 수 있어 데이터 무제한 요금도 불필요하다.

어르신들만 쓰는 줄 알았던 알뜰폰 요금제로 바꿔 반 년 넘게 쓰고 있다.

배낭을 메고 세계를 여행하다 보니 물욕이 없어졌거니와 내 집 마련의 필요성까지 의문이 생겼다.

한때는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에서 사는 게 로망이었지만, 세상에는 한강보다 멋진 물가가 많았다.

터키 이스탄불의 바다, 잔잔한 미얀마 인레 호수, 그리고 바다보다 넓은 과테말라 아티틀란 호수까지.

훨씬 멋진 풍광을 저렴한 가격으로 누릴 수 있는 도시가 많았다.

외국이 아니더라도 제주 바다가 보이는 집도 서울 살이 비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인터넷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한다면 굳이 서울 근처를 배회하지 않아도 괜찮다.

광기어린 부동산 행렬에 동참하지 않아도 된다.

인생은 너무도 짧다. 뭐 좀 해보려고 하면 언제고 끝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오늘 먹고 싶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참지 않는 것. 내 하루를 아껴주고 귀하게 여기는 건 내 몫이다.

지금 하는 일들이 보이진 않지만, 우리의 브랜드나 가치 같은 것들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 소정이지만 돈도 벌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큰 의의를 두고 원동력 삼아서 하고 있어서 즐겁게 살아가고 있어요.

여행은 인생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나의 마음의 모양을 바꾼다고 생각해요.

무엇이든 많이 해보고 경험해봐야지 잘 선택할 수 있어요.

남들이 다 좋다는 것들이 나와 맞지 않을 수 있어요.

그건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나의 인생과 그 선택이 맞지 않은 거죠.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아주 작은 거라도 해보세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돈이 있어야 경험을 하지!”라고 말하세요.

세상에는 돈과 상관없는 경험들이 굉장히 많아요. 모든 것을 돈과 결부 지어서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해요. 세상은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무척 넓답니다!

다른 일들을 시도하고 있는 지금이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예전에 받던 월급 이상으로 벌고 싶은 의욕만큼 성과가 나지 않을 때 나는 여지없이 불안해진다.

동시에 회사원일 때는 생각으로만 그치던 일들, 도전하기 두려웠던 일들을 시도하며 점점 두려운 상황이 줄어들고 성과를 만들어내며 걱정이 한 뼘 없어지는 만족감은 불안감을 상회한다.

소속을 걷어내도 내 힘으로 살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겨나고 있다. 회사와 계급을 떼고 내 실력만으로 번 돈은 체감상 더 많게 느껴진다.

여행이 무엇을 바꿔 놓았냐는 질문에 늘 불안했던 나를 불안으로부터 구원해주었다고.

그것이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다.

해보기도 전에 마음을 접으며 포기한 즐거움은 얼마나 많았을까.

퇴사하기 전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아무개의 말만 듣고 회사를 꾸역꾸역 다녔던 것과 같다.

월급이 없는 회사 밖 세상에 와보니 가시밭길도 있지만 꽃길도 있다.

가시밭길이면 또 어떤가.

다시 돌아 나와서 다른 길을 가보면 된다.

월급이 없어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뭐든 해보면 별것 아니란 것을 알려면 가지고 있는 것을 놓아야 할 때도 있다.

고민될 땐, 하세요. 퇴사나 세계여행은 인생의 큰 결심이잖아요.

가지 말아야 할 이유, 가야 할 이유를 찾으면 백 가지도 넘을 거예요.

그런데 살펴보면 가야 될 이유는 다 나를 위한 거예요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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