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03월 05일 출간
<책소개>
익명의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신경숙의 찬란한 역사
가족의 나이 듦을 비로소 바라보게 된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이번 소설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실을 통해 비로소 아버지라는 한 사람에게 가닿게
되는 과정을 절절하게 그려낸 이야기로, 소설가 신경숙의 작가적 인생을 한 차원 새롭게 여는 작품
이기도 하다.
오래도록 소설을 써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삶과 세상에 대한 무르익은 통찰과 철학, 그리고 가족을
향한 연민에서 비롯된 깊은 사유를 응축해내면서 가족의 나이 듦을 처음 바라보게 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시리고 찬란하게 펼쳐놓는다.
<책 속으로>
언젠가 내가 아버지에게 당신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내가 무엇을 했다고? 했다.
아버지가 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내가 응수하자 아버지는 한숨을 쉬듯 내뱉었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살아냈을 뿐이다, 고.
- p 7
나는 다급한 마음에 어두운 가게에 대고 아버지 아버지 ····· 불렀다.
살아오는 동안 누군가와 헤어지게 될 때 가끔 그때의 내 목소리를 듣는다.
멈춰 서는 버스를 보며 아버지 아버지, 하고 부르던 다급한 내 목소리. 헤어지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길이 없는 관계에 봉착할 때면 그때 그 신작로에서 아버지, 아버지를 부르던 절박한 내
목소리가 북소리처럼 둥둥둥 머릿속에 울린다.
내가 떠난 후에 그 자리엔 무엇이 남을지 생각할 때도 그때 내가 아버지 나 가요, 소리치며 버스
에 올라탄 후 차창 밖에 홀로 남겨진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 p 16~17
- 너거들 먹성이 얼매나 좋으냐. 양식 걱정 없이 살게 된 지가 얼마나 되간 ? 오늘 저녁밥 먹음서
내일 끼니 걱정을 하며 살았는디. 밥 지을라고 광으로 쌀 푸러 갈 때 쌀독 바닥이 보이는 때도 있
었는디. 그 가슴 철렁함을 누가 알것냐. 쌀독은 점점 바닥을 보이는디 먹성 좋은 자식 여럿이 마구
달려들어봐라, 안 무서운가····
아버지가 삼킨 말을 대신하는 동안 무거워진 생각을 털어내듯 엄마는 곧 생기를 되찾곤 했다.
- 무섭기만 했시믄 어찌 매일을 살것냐, 무섭기도 하고 살어갈 힘이 되기도 허고 ····
- p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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